비정상적인 성 행동 – 바람기·성폭행·정자 경쟁을 중심으로 살펴보기
우리는 흔히 ‘성(性)’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결혼·연애·사랑 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때로는 비정상적이거나 일탈적인 성행동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진화심리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바람기, 성폭행(강간), 정자 경쟁에 관한 주요 이론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본 글은 연구 및 학설을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행위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바람기: 남성의 더 큰 ‘성적 욕구’?
1)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성파트너를 선호?
- 진화심리학 관점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의 적응도(Fitness)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성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 결혼한 남성이 혼외관계를 통해 자식을 낳는다 하더라도, (만약 그 자식을 직접 부양하지 않는다면) “적응도”를 50%나 증가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2) 여성이 혼외관계로부터 얻는 이득은 적다?
- 여성은 임신·출산·수유 과정 등 육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남성과의 관계가 크게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 결과적으로 여성의 바람기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물론 현실에서는 사례별로 다를 수 있음).
3) 돈을 지불하는 포르노·매춘은 비적응적 행동?
- Donald Symons는 “남성의 뇌가 여러 여성과의 성관계를 열망하도록 진화했다”라고 말합니다.
- 남성은 포르노·성매매 등에서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큰 비용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이는 현대의 피임 기술 등이 생기기 전에 진화했던 남성 심리가, 오늘날에는 ‘비적응적’ 형태로 표출된 사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성폭행(강간): ‘조건부 성 전략’인가, ‘부산물’인가?
1) 위협 가설 vs. 현실
- Susan Brownmiller의 _Against Our Will(우리의 의지에 반하여)_에서 “성폭행은 남성 전체가 여성에게 공포를 조장해 남성 중심 질서를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위협 가설을 제시합니다.
-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성폭행 피해자는 젊고 힘없는 여성이 대부분이어서, “권력 있는 여성을 제압”하기 위한 범행이라는 위협 가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 적응적 전술 가설
- Randy Thornhill & Nancy Thornhill은 “성폭행이 남성의 ‘마지막 번식 수단’으로써 조건부 성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즉, 정상적인 교제를 통해서는 배우자를 구하기 어려운 남성들이, 처벌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극단적 방법’이라는 설명입니다.
3) 부산물 가설
- 남성의 성적 충동(여러 파트너를 원하고, 비인격적 섹스에 빠지기 쉬운 심리 상태)은 원래 적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나, 그 부산물로 성폭행이라는 극단적 범죄 행위가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 이 설명에 따르면, 성폭행은 본래 진화적 의도가 아니라, 통제되지 못한 충동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4) 진화심리학적 연구의 한계
- 적응적 전술 가설과 부산물 가설 모두 “피해자가 가임기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실제 통계와 일치합니다.
- 하지만 이는 범죄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결론일 뿐, 은폐되는 사례(부유층 남성 등)도 많아,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성폭행은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는 범죄 행위인 만큼, 아직까지 결정적 이론이 확립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3. 정자 경쟁: 왜 남성은 많은 정자를 방출할까?
1) 여성도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러 파트너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여성 역시 특정 상황에서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는 사례가 있습니다.
- 그 이득 중 하나는 **“여러 남성의 정자들이 경쟁하여, 더 우수한 정자가 수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2) 인간 vs. 고릴라의 고환 크기
- 고릴라는 일부다처제이지만, 한 마리 수컷이 무리 내 암컷을 독점합니다. 다른 수컷이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정자 경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환 크기도 작고, 한 번에 배출하는 정자 수도 적습니다.
- 인간은 정자 경쟁 위험도가 더 크다고 보고, 고환 크기와 사정 정자 수가 훨씬 많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3) 정자 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Robin Baker & Mark Bellis의 연구:
- 지난번 성관계 이후 상대와 함께 보낸 시간 비율이 높을수록, 다음 성관계 시 사정되는 정자 수가 적어집니다.
- 이유: 상대방이 다른 남자와 만나 정자를 받을 가능성이 낮으면, 굳이 많은 정자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
4) 대부분의 정자는 ‘수정’이 목적이 아니다?
- 사정된 정자의 1/6만이 자궁으로 가는 길을 막는(Blocker) 역할, 5/6은 다른 수컷의 정자를 죽이는(Killer)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 실제 수정에 관여하는 정자는 **0.1~0.2%**에 불과. **즉, “정자 경쟁”**이 정자 구성 자체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4. 결혼: 정자 경쟁을 줄이는 ‘문화적 장치’?
1) “배우자 독점”을 위한 제도
-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 파트너가 다른 남성의 정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장치로 결혼이 만들어졌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 결혼제도가 생겨나면, 기본적으로 여성을 독점하고 타 남성의 접근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정자 경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2) 인간의 긴 결혼 생활, 왜?
- 한 사람과 오래 결합하면 더 많은 배우자를 만날 기회를 포기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결혼이 보편화된 것은, 상대(배우자)의 외부 관계를 차단하고 자녀를 안전히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3) 성행위 횟수와 임신
- 인간은 평균 2,000~3,000회의 성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낳는 아이 수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 이는 임신 기간(9~10개월)과 여성 본인도 배란기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남성은 “끊임없이 성관계를 통해 정자를 공급”해야 하고, 여성은 “배란 시기를 헷갈리게 하여 남성의 보호를 오래 받는다”는 식의 해석도 제시됩니다.
“비정상” 성 행동, 진화심리학에서 어떻게 보나?
- 바람기, 성폭행, 정자 경쟁 모두,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번식(적응도)을 높이기 위한 전략 혹은 부산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개인적, 문화적, 법적 요인이 얽혀 있어 단순히 진화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특히 성폭행은 범죄이며, 진화심리학이 설명하더라도 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결혼·연애·성… 복합적 요인 고려해야
- 인간의 행동은 본능·사회 규범·개인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 비정상적 성행동이나 범죄 행위를 진화심리학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허용”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문헌 & 자료
- Donald Symons, 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
- Susan Brownmiller, Against Our Will
- Randy Thornhill & Nancy Thornhill, 성폭행 관련 진화심리학 연구
- Robin Baker & Mark Bellis, 정자 경쟁 관련 연구
- #비정상적성행동 #바람기 #성폭행 #정자경쟁 #진화심리학 #적응도
- #결혼제도 #성전략 #남녀차이 #바이올런스 #범죄심리 #번식전략